Maggie's Books 썸네일형 리스트형 [Yannick Haenel] 블루 베이컨 : 그림이 나를 통과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을 직접 본 적 있어? 얼굴은 녹아내리고, 살점은 갈라지고, 뼈마저도 형태를 잃어버린 채 외설에 가까운 광기들이 엉겨 붙어 서로를 물어뜯는 뒤틀린 몸들. 그것들이 푸른 어둠 속에서 꿈틀대는 걸 보고 있으면 숨이 턱- 하고 막혀 와. 그런데 이상하게 거기서 눈을 뗄 수가 없어. 내 안의 무언가가 캔버스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거든. 난 베이컨의 작품 볼 때 윤동주의 ‘서시’가 떠오르기도 했어.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예술이란 가장 주관적인 감각으로 타자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일이니까.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베이컨의 작품 속 인물들도 결국 죽어가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얼굴이 지워지고, 신체가 사라지고, 흔적만 남는 잔혹한 형상들... 더보기 [Toshinao Sasaki] 느긋하게 밥을 먹고 느슨한 옷을 입습니다. 오늘 창문을 열어 두고 봄비 소리를 들으면서 김치볶음밥을 먹다가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시작한 《미친 맛집: 미식가 친구의 맛집》을 봤어. 가수 성시경과《고독한 미식가》의 마츠시게 유타카가 서로의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인데, "이 집, 찐맛집이네?"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한 그릇의 음식이 주는 기쁨이 얼마나 깊은지 실감하게 만들더라고. 음식을 맛보는 순간순간의 즐거움이 짧은 여행처럼 아주 행복해 보였어. 그렇지 않아? 어떤 음식은 옛 기억을 불러오기도 하고, 어떤 음식은 그 순간의 우울한 기분을 살짝 끌어올려 주기도 하고. 결국, 잘 먹는다는 건 잘 산다는 것과 닮아 있구나 싶어. 《느긋하게 밥을 먹고, 느슨한 옷을 입습니다》를 읽으면서도 같은 생각이 들었어. 중요한 건 거창한 미식이 아니라, 매일의.. 더보기 [Maruyama Kenji] 물의 가족 : 물결에 스며든 기억 《물의 가족》을 읽는 동안, 쿠사바 마을 어딘가에 조용히 앉아 물소리를 듣고 있는 기분이었어. 마을 사람들과 가족들의 감정 속으로 쿠바사 마을의 물이 조금씩 스며들고, 상처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 게 느껴지더라. 그 물결을 따라 위로가 번져가고, 잔잔한 치유가 마음을 적시는 순간들이 많았어. 지친 마음을 누군가 가만히 어루만지는 것처럼. 이야기의 중심에는 한 청년이 있어. 그는 평생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품고 살아갔는데 결국 감정의 무게가 그를 마을에서 떠나게 만들었어. 그렇게 떠난 끝에 외딴곳에서 생을 마감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아. 그는 물속에 떠도는 영혼처럼 마을을 헤매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봐. 가족을 향한 그리움,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 그리고 결국 어떤 것도 온전히 .. 더보기 [김지연] 등을 쓰다듬는 사람 : 예술을 대하는 진심, 그림의 등을 쓰다듬다 《등을 쓰다듬는 사람》을 읽으면서 예술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어. 이 책은 그림을 ‘보는’ 것을 넘어서, 그 속에 숨은 의미와 감정을 찾아가는 작가의 마음을 담고 있어. 문장 하나하나에서 작가의 따뜻한 통찰이 스며들었고, 편안히 예술을 감상하던 내게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진심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힘이 느껴졌어.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누군가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표정을 살피는 것처럼, 그림의 얼굴을 살핀다"는 부분이었어. 그림을 볼 때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형태만 따라가지 않고, 그 이면의 감정이나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일깨워줬거든. 예술 작품을 보는 건 말 그대로 그 ‘얼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숨겨진 이야기들을 헤아리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는 .. 더보기 [Orhan Pamuk] 검은 책 : 이야기가 된 삶, 삶이 된 이야기 원제: Kara Kitap출판 연도: 1990년작가: 오르한 파묵 (Orhan Pamuk)장르: 미스터리, 메타픽션, 철학적 소설주요 주제:정체성과 자아 탐구이스탄불이라는 도시의 역사와 미스터리글쓰기와 이야기가 가진 힘줄거리 요약:주인공 갈립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내, 뤼야를 찾기 위해 이스탄불 곳곳을 헤매며 탐정 같은 여정을 시작한다. 그는 뤼야와 함께 사라진 그녀의 사촌이자 칼럼니스트 제랄의 글과 단서를 통해 그녀의 행방을 찾으려 한다. 갈립의 탐색은 단순한 실종 사건을 넘어 그의 내면과 이스탄불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여정으로 확대된다. 오르한 파묵의 《검은 책》은 그저 실종 미스터리가 아니라, 실종의 미로를 통해 진짜 나를 찾는 이야기야. 소설은 갈립의 아내 뤼야와 그녀의 사촌 제랄이 각각 .. 더보기 [James Baldwin] 조반니의 방 : 경계에 선 사랑,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 혹시 알고 있었어? 올해가 제임스 볼드윈 탄생 100주년이야. 뉴욕 도서관에서 특별전도 한다고 하더라고. 나는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던 책으로 주저 없이 《조반니의 방》을 뽑을 거야. 이 작품은 단순한 픽션이라기보다, 인간 존재와 사랑,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을 준 작품이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거든. (너무 거창한가? (•́.̮ •̀)՞) 소설은 전체적으로 주인공 데이비드가 겪는 내면적인 갈등과 혼란을 진지하게 그려내고 있어. 데이비드는 조반니와의 관계에서 진심을 느끼지만, 동시에 헬라와의 관계를 통해 전통적인 사랑을 쫓으려고 해. 그런데 조반니와의 사랑은 단순히 육체적인 갈망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자기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서 나온 거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혼란스.. 더보기 [Franz Kafka] 변신 :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 어젯밤, 나는 카프카의 《변신》을 다시 읽었어.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마치 무언가가 내 가슴을 단단히 조여 오는 기분이 들었어.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나 보니 자신이 거대한 벌레로 변해 있었다.” 이상하지? 단지 활자일 뿐인데도 그 문장은 나를 꽉 붙잡고 흔들어댔어. 나는 그레고르가 된 듯 느껴졌어. 등에서 갑각이 솟아오르고, 사지가 낯설게 무뎌지는 그 느낌이 너무 생생했거든. 책을 덮고 잠이 들었다가 아침에 일어나 보니, 창밖 풍경이 낯설게 변해 있었어. 밤새 내린 눈이 모든 걸 덮어버렸더라. 익숙한 거리와 나무들이 온통 하얀 껍질로 뒤덮여 있어서, 마치 세상이 다른 모습으로 변한 것처럼 생경했어.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순간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생각하게 되더라. 모든 .. 더보기 [Peter Handke] 소망 없는 불행 : 고통에 얼굴이 있다면 Peter Handke의 《소망 없는 불행》은 작가가 어머니의 생애와 죽음을 담은 작품으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그녀의 고통스럽고도 평범했던 삶을 이해하려는 시도로 시작돼. 전쟁의 폐허 속에서 가난과 절망을 견디며 살아야 했던 어머니의 삶, 그녀가 겪었던 억눌림과 고독, 그리고 끝내 자살에 이르게 된 과정을 담담하게 기록하더라. 근데 이게 단순히 개인적인 회고록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시대적 배경 속에서 한 개인이 겪어야 했던 상실과 한계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이야기로 확장되는 소설이야. 작가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느끼면서도, 그걸 이상화하거나 미화하지 않아. 최대한 그녀의 삶과 선택을 있는 그대로 담으려 했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사랑, 죄책감, 그리고 어머니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후회.. 더보기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