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진심을 묻는다
눅눅한 공기, 따끈한 바닥, 그리고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낸 매미들.아, 여름이야. 이 계절은 매번 겪어도 참 낯설어. 후끈하고 꾸덕한 여름이 그렇지, 늘 그랬듯이.어쩐지 이런 여름엔 연애소설이 딱이라고 생각했어.
내가 이번에 읽은 책은, 뭐랄까, 지금의 나와 딱 맞닿아 있는 곳에서 출발해서 그런지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책 속 배경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마포, 그리고 내가 한때 다녔던 방송국이야. 그래서인지, 두툼한 페이지를 반나절 만에 후루룩 읽어내렸징.
책은 진솔과 건 피디라는 두 인물의 돌고 도는 관계를 따라가는데, 결말은 책의 마지막에서야 나와. 물론 이 결말이 두 사람의 최종 결말이라고 할 순 없겠지. (긁적;) 아무튼, 나는 이 과정이 너무 궁금하고 답답해서 쉬지 않고 책장을 넘겼고, 읽는 내내 생각이 많아졌어. “진심이란 뭘까?” 왜 우리는 관계 속에서 확신을 가지려고 애쓰는 걸까? 그건 어차피 영원할 수 없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야.
사람들 각자에게는 다 자신만의 향기와 결이 있잖아.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부딪히고, 싸우고, 때로는 깨지기도 하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는 것 처럼. 그런데, 이 과정이 비정상적인 게 아니라 지극히 인간적인 거라는 걸 받아들이기가 여전히 어렵더라구.
어쩌면 그래서 책이 더 마음을 붙잡았는지도 몰라. 결말에 다다르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 남과 여는 정말 다르지. 서로 완전히 다른 존재인 것 같지만, 가만 보면 슈크림과 팥, 커피처럼 의외로 잘 어우러지기도 해.
“보태주는 사람이 되거라.”
건 피디의 할아버지가 진솔에게 해준 이 한마디가 왜 그렇게 오래 마음에 맴도는지 모르겠어. 사랑이라는 게 결국은 서로를 채워주고 보태주는 일이라는 걸 결국엔 인정하게 되는 과정 같았거든.
그리고 또 하나. 사랑 속에 있는 좌절이나 분열 같은 시간들도 그 자체로 사랑의 형태일 수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
매 여름 찾아오는 후끈한 공기처럼, 그 감정들도 낯설면서도 어쩐지 익숙하게 우리 곁에 머무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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