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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gie's Books

[다니자키 준이치로] 고양이와 쇼조와 두 여자

 

 

 

야금야금 2번 읽은 <고양이와 쇼조와 두 여자>

 

 

준이치로를 좋아하는 제롬 왈,

이 책은 호로록 읽히지만, 힐링이 되는 책은 아니에요, 라고 했는데

음, 나에겐 나름의 힐링과 공감되는 문장들이 있었다. 

우린 이번에도 같은 책을 다르게 읽었나보다.. ㅎ

 

탐미주의 작가로 알려진 준이치로의 문장은

야스나리의 문장처럼 그 자체만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스타일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은근히 드러내는 문체가 가진 매력이 있다.  

가볍고 얄팍한 일상의 단어들이 캐릭터에 녹아 있달까.?

 

전체적으로는

과거 일본 가족 구성원 간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서도 

인간의 연약함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여기서 내가 말한 연약함이란, 나약함보다 바보스러움에 가까운데,

지나간 일에 후회할 만한 행동들을 기어코 하고마는 젊은 날의 어리석음이랄까.

남 주인공 쇼조를 탓하기엔 나도 어리석은 순간들을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듯 하지만..

 

연약한 본능 때문일까. 결국 남자는 아름다움에 약하고, 여자는 질투심에 휘둘린다.

그리고 못 말리는 어머니는 영원히 아들 편... 

 

그리고 쇼조를 보며 떠올렸던 [설국]의 시마무라 상..

시마무라가 느꼈던 허무함과 현실 회피도 잘못된 행동이지만 

이 책의 쇼조가 더욱 밉상으로 느껴진 건

강지처를 버린 이혼남이기 때문일지도. 그런데 다정해서 더 밉상?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지만

정작 별로 행복할것 같지 않은 고양이 릴리의 삶을 통해

준이치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일본의 첫 노벨상의 주인공이 야스나리가 아니라

준이치로가 될 수도 있었다고 하는데,

인간의 인간적인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니...

아름답기보단 난 안쓰러웠다.

 

여자의 이해할 수 없는 질투심도,

남자의 대책 없는 자유분방함도,

어머니의 논리 없는 아들 사랑도,

 

모두 안쓰러운 웃음이 났다. 이렇게 한 발자국 떨어져서 타인처럼 자신을 보면 이 연약함이 보일텐데.

  

조금 다행스러웠던 건, 캐릭터 모두 시간이 지나며 태도도 조금씩 달라졌다.

당장의 눈 앞 현실보다 멀리 보고 지혜롭게 행동해야지. 싶은 일본 문학 특유의 교훈도 얻었다. 

 

심심풀이로 읽기 괜찮은

고양이가 키우고 싶어지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