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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gie's Books

[Carolyn Elliott] Existential KINK

의식화되지 않은 무의식은 당신의 삶을 지배할 것이고 당신은 그것을 '운명'이라 부를 것이다. (p.61)

 


 

 

일과 사람들 사이에서 마모되던 4월의 오후,

수화기 넘어로 이야기를 주고 받던 친구가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내 삶의 현재가 과거의 무의식에서 발현했다는 가설에 호기심이 생겼다.

 

내가 의식하지 못한 나의 무의식이 내 삶을 나 몰래 이끌고 있다고?

이 가설이 참이라면, 무의식을 의식하고 컨트롤 할 수 있다면 삶의 많은 선택을 바꿀 수 있다?

근데 무의식을 의식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

내 무의식은 어떤데?

 

이래저래 돌연 궁금해졌는데 책 제목도 세상 변태같은 kink..

새 책같은 중고를 주문하여 5월동안 조금씩 읽어보았다. 

 

먼저, 이 책의 제목 kink는 성적으로 비정상적인 사람, 성적 일탈, 페티시즘, 파라필리아 등과 관련한 의미로 쓰이지만

원래는 해양 용어로 네덜란드어로 rope의 비틀림을 의미하는 뜻이었단다. 비유적인 표현으로 '특이한 생각, 정신적 꼬임, 변덕 등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래 현재의 이상한 변태 취향을 의미하기에 이른 것 같다. 

 

kink의 사전적 정의는 뒤틀리고 꼬여있는 shape or wire(rope)를 의미한다.

 

 

왜 이 책의 제목은 이런 비틀리고 꼬임을 의미하는 단어일까?

대다수가 모르는 채(모르는 척?) 살고 있으나..

사실 우리에게 가학을 즐기는 변태성이 존재한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변태인 것이다!)

 

이 실존하는 변태성을 '그림자'라고 순화해서(?)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성적인 변태를 의미하기보단, 가학적인 고통과 결박을 원하는 뒤틀린 욕망이라고 이해해야한다.

이 책은 우리가 이런 태생적(?) 본능을  인정해야 하며, 

이 뒤틀린 욕망을 인정(수용?)하는 순간 이 그림자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내 삶에서 일어나는 온갖 나쁜 일을 무의식적으로 즐기고 있음을 내가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 나쁜 일을 무의식적으로 계속 추구하며 하염없이 되풀이한다는 것.. 

 

그러고보니.. 우리는 같은 실수를 알면서도 계속 되풀이하지 않는가? 묘하게 설득당했다.

이것이 결국 내가 원했던 불행? 

 

정리하면, 나의 가학적인 고통을 갈구하는 무의식을 찾고 '수용'으로 치유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나의 심리적 피학증을 받아들임으로써 내 어두운 그림자를 알아차리고 

그 힘(?)을 이용함으로써 좋은 나와 나쁜 나를 통합하여 전인이 될 수 있어 현재의 나쁜 상황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이론적으론 알 것도 같지만, 지금 내 눈 앞의 어려운 상황들 모두 결국 내가 '원하던' 것임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다.

하지만 상당히 그럴싸(?)하게 들리고 설득적이다.

 

내가 뒤늦게 코딩을 하며 머리를 쥐어뜯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내가 이 쥐어뜯는 괴로움을 원하는 가학적인 변태라서 이 시간을 원했다는 것인가.

내가 원한 건 맞지..

 

 

+ 크리스천의 관점에서 인간의 변태성을 생각해 보자면,

십자가의 진리를 모르면 평생 종의 멍에를 메고

가학적인 스스로를 인정해야 자유와 비슷한 반쪽짜리 자유라도 누리며 사는 것이다. 

 

진짜 자유가 뭔지 느껴본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이건 더 쓰면 재수없게 느껴질 듯)

고통을 즐기는 본성으로 인해 스스에게 벌을 주는 무의식의 결과 고통의 굴레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주 단순하게, 예수님 없이는 자유함도 없는 것이다. 

 

이 책이 말하는 가학적 변태 본능 뿐 아니라,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태생적 이기심과 뿌리깊은 악함이 있다. 어떤 이들은 이런 성악설적 사고방식(?)을 못마땅히 여기던데.. 사실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없이 많은 죄성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남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에게 이런 연약하고 추악한 본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자연스럽게 삶의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된다. 굳이 무의식까지 찾아 따지지 않아도 세상에서 덜 싸우게 되고 더 빨리 용서하고 사랑을 추구하며 사는 것이다. 

결론: 예수님 없이 인생과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매우 그럴듯하고도 한계적이다. 

 

 

+ Carolyn Elliott의 홈페이지가 열리지 않고 있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아래와 같은 인터뷰 등에 나온 질의 응답들을 보면 재밌을 것 같다.  

 

https://superhumanize.com/captivate-podcast/existential-kink-up-your-haviness-levels-and-confront-negativity-without-becoming-negative-w-dr-carolyn-elliott/

 

 

+ 한국어 번역본 표지는 너무 구리다. 가학적 변태를 떠올리게 하려 한건가? 돈은 많이 쓴 듯 한데 아쉽다.

 

한국어판 표지 : 겉의 표지를 분리하면 변태 가면을 벗은 맨 얼굴이 나온다.. ;;

 

 

 

 

 

kink의 사전적 의미 출처:

https://dictionary.cambridge.org/ko/%EC%82%AC%EC%A0%84/%EC%98%81%EC%96%B4/kink#google_vignette

https://www.etymonline.com/kr/word/k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