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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gie's Books

[Karel Čapek] 오른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

3월의 첫 번째 책

 

 

".. 하지만 사람들은 온갖 종류의 법과 규정을 위반하며 삽니다. 경찰 일을 하다보면 그런 걸 늘 보게 됩니다. 나는 설사 사람들이 자연의 법칙을 어긴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겁니다. 인간이란 정말 어쩔 수 없는 존재들이거든요... "

 


 

정말 어쩔 수 없는 존재들.. 각 단편에서 다루는 사건들보다 더 흥미로운건 입체적인 인간이 가진 "다면성"이다. 읽는 사람의 내면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공통적으로 느끼게 되는 건 '나의 잣대로는 절대 인간을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 아닐까. (단정지을 수 없음도 단정하지 말자.) 예측 불가하고 미스테리한 우리들. 이것이 이 소설을 관통하는 연결고리다.

 

보통의 미스테리물은 사소한 것이 엄청난 것으로 밝혀지며 반전을 주는 반면에 차페크의 단편은 엄청난 줄 알았는데 결국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로 드러난다. 우리의 인간사에서 마주하는 사소함들도 그 이면에는 내가 모르는 미스테리함이 있으리라. 쉽게 읽히면서도 무거웠다. 내 눈에 보이는 누군가의 부족함이 그 부족함만은 것은 아니라는 것.. 인간만큼 오묘한 생명체가 없다는 철학적인 성찰에 빠지게 된다. 인간적 결함, 허영심, 연약함에서 비롯된 맹신 등 헐렁한 인간의 여러 모습들로 귀결되는 단편들을 읽노라면 차페크는 대단한 이야기꾼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특히, <살인 미수>와 <어느 배우의 실종>를 읽다보면 어쩔 수 없는 존재를 어쩔 수 없는 존재가 만든 법으로 정의롭게 심판할 수 없지 싶어진다. 법의 심판이 최선이 아니라는 걸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암묵적으로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공권력의 역할을 기대하고 실망하는 쳇바퀴를 경험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인 것일까. 절대적 정의를 기대할 수 없는 삶의 모순을 알기에 차페크는 좀더 애틋하게, 여러 각도 중에서 넓고 둥근 둔각으로 서로를 바라보길 바라는 것은 아닐지. 당신이 가끔은 이해할 수 없는 나를 용서해주길 바라는 마음처럼. (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용서하기 어려운 것도 어쩔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