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도저히 안 되겠어서 연차 쓰고 하루 종일 누워 있었어. 열도 갑자기 오르고 목소리도 안 나오고, 몸이 추욱- 처지더라. 더 슬픈 건 하루 쉬었다고 해서 금방 나아지는 것도 아니었다는 거. 오늘도 여전히 목소리는 잠겨있고, 기운도 덜 돌아왔어.

그런데 점심에 우리 팀원이 순댓국집에 가자고 하는거야. 몸은 눕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했지만, 비도 내리고 기온이 훅- 떨어진 날이라 그런지 얼큰한 국물이 아주 간절해졌어. 순댓국..이라.. 줄은 길었지만, 할아버지들 사이에서 비 맞으면서 기다리는 게 나름 운치도 있더라. 웨이팅을 하며 마신 진한 헛개차도 의외로 맛있었구.
드디어 내 눈앞에 놓인 순댓국은 뽀얀 게 아니라 칼칼하고 붉은 국물이었어. 다대기가 듬뿍 풀려서 매운 김으로 올라와 얼굴을 덮치는데.. 첫 숟갈 뜨자마자 속이 확 풀리고 땀이 나더라. 아주 잠시였지만 몸살 기운도, 목 아픈 것도 잊을 수 있었어. 매운 국물이 식도를 거쳐 위장까지 뜨겁게 스쳐 내려가면서, 가라앉은 영혼이 조금은 살아나는 기분이었지.
참 다행이었어. 뜨끈하게 속 채우고, 사람과 마주 보면서 얘기하다 보니 몸은 여전히 무거워도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거든.
사는 게 이런 거 같아. 어떤 날은 괜히 무겁고, 어떤 날은 매운 국물 한 그릇이 위로가 되고.
여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가을은 어느새 제대로 꿰차고 들어와 몸살이 났지만, 그래도 이렇게 버틸 수 있는 순간들이 있으니까 살아지는 거 아닐까 싶어.
가을비와 몸살, 그리고 순댓국 -
이 셋은 의외로 어울리는 조합이어서, 오늘 하루도 아주 충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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