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트레인의 Say It을 듣는데, 꼭 투명하고 깊은 푸른 바닷속에 서 있는 듯했어. 물결은 나를 밀어내지도 끌어당기지도 않은 채, 그저 부드럽게 스쳐 지나갔지. 그 안엔,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끝내 닿지 않는, 사치스러운 초연함이 있었어. (요즘 스노클링 영상을 너무 많이 봐서일까?) 그냥 가만히 느끼고 있기만 해도 충분한 순간 말이야.
읽고 있는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의 저자 패트릭 브링리는 형 장례식이랑 자기 결혼식이 겹쳤던 해에,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 뉴요커를 그만두고 미술관 경비원이 됐대. 예술에 둘러싸인 고요 속에서 슬픔을 견뎌내고 싶었나 봐. 매일 여덟 시간씩 다른 전시실에 조용히 서서, 고대 유물이나 건축물, 거장들의 그림 앞에 있는 거야.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도, 삶이 멈춘 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난 오늘 하루가 그랬던거 같아. 콜트레인의 색소폰에서 음과 음 사이에 남아 있는 여백처럼 거기에 가만히 있었어. 삶과 죽음, 일상과 예술 사이 어딘가에 서서, 과시도 집착도 없이 그저 작품을 바라본 패브릭 브링리처럼.
고요히 멈춘 채 듣기만 해도, 바라보기만 해도 충분할 수 있는 거야.
사치스러운 초연함으로 하루를 잘 보냈어. 너의 오늘도 충분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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