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머릿속이 잔잔한 여운으로 가득했어. 솔직히 말하면, 초반은 조금 적응하기 힘들었어. 오프닝만 거의 40분 가까이 되거든. ˙ỏ˙ "이게 진짜 인트로야?" 싶었는데, 묘하게 그 시간 동안 영화의 결이 내 안에 스며드는 느낌이었어. 러닝타임도 3시간이 넘어서 꽤 긴 편인데, 그 느릿한 리듬에 몸을 맡기다 보니 어느새 영화에 흠뻑 빠져들더라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작 단편 소설도 읽어보고 싶어졌어.
이 영화는 "대사"와 "침묵"이 서로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감정의 풍경이 정말 특별해. 한 장면 한 장면이 꽤나 섬세해서, 별다른 사건이 없어도 그 안에 숨겨진 감정의 파동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거 있지. 특히 빨간 차 안에서 이뤄지는 대화나 침묵은 마치 두 사람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걸 상징하는 것 같아서 더 강렬하게 와닿았어.
영화 중반에 청각장애인이 등장하는 부분도 난 인상 깊었어. 작품 속에서 배우들이 다양한 언어로 대사를 전달하는데, 수어를 사용하는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더라고. 말하지 않아도 그 몸짓과 표정만으로도 완벽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모습이 아주 아름답더라. 침묵 속에서 느껴지는 깊은 울림은 정말 대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강렬했어. 공감이란 게 언어를 뛰어넘는 어떤 경지라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었어.
그리고 미사키라는 캐릭터가 주인공과 차 안에서 나누는 감정의 교류도 정말 매력적이었어. 그녀도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아픔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둘이 마주 보고 이야기하기보다는 차 옆좌석에 나란히 앉아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이 묘하게 따뜻했어.
한 마디로, "침묵 속에서 피어난 공감의 언어"가 뭔지를 보여주는 영화야. 말하지 않아도, 아니 어쩌면 말로 다 할 수 없기에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그런 순간들이 쌓여서, 마지막엔 가슴 한편을 먹먹하게 채우는 거 있지. 이 영화가 주는 잔잔한 여운은 아마 한동안 사라지지 않을 거야.• ·̫ •
- 원제: ドライブ・マイ・カー (Drive My Car)
- 개봉 연도: 2021년
-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Ryusuke Hamaguchi)
- 주연: 니시지마 히데토시 (Hidetoshi Nishijima), 미우라 토코 (Toko Miura), 오카다 마사키 (Masaki Okada)
- 장르: 드라마
- 원작: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소설 여자 없는 남자들 중 「드라이브 마이 카」
- 수상 이력:
- 제74회 칸 영화제 각본상
- 제94회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수상
- 기타 다수의 국제 영화제 수상작
- 줄거리 요약:
연출가 카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히로시마에서 열린 연극 워크숍을 맡으면서 그는 자신의 개인 운전사로 고용된 미사키(미우라 토코)와 점차 교감하며,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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