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aggie's Movies

[The Hours] 선택으로 이어진 모든 시간

"글도 제대로 못 쓰는 내 꼴 좀 봐요. 그동안 내 삶과 행복을 지켜주느라 그댄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래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참아내며 모두가 날 떠나도 끝까지 내 곁을 지켜준 당신. 이제 당신을 놔줘야 할 것 같군요. 그래도 우리 두 사람,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잖아요.레너드. 삶을 회피하지 않고 과감하게 맞서 싸우면서 내 삶의 의미가 뭔지 알았죠. 마침내 그걸 깨닫고 삶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그러나 그 삶을 접을 때가 된 거 같군요. 레너드, 우리가 함께한 그 세월, 소중한 순간들 영원히 간직할게요, 우리의 시간들도."

- 극중 버지니아 울프(니콜 키드먼)가 남편 레너드에게 남긴 유서

 


 

 

 

 

1923년, 버지니아 울프는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소설을 썼어. 이 소설은 주인공 클라리사 댈러웨이가 단 하루 동안 파티를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그녀의 내면에 깃든 고독과 갈등을 그려냈어. 영화 속 1949년에는 로라 브라운이라는 여자가 이 소설을 읽고 있어. 겉으로는 평범한 주부처럼 보이지만, 그녀는 가족의 일상에 갇혀 답답함을 느끼며 늘 탈출하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중이야.

 

 

 

시간이 흘러 현재의 뉴욕에서는 클라리사 본이 친구 리처드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파티를 준비하고 있어. 리처드는 에이즈로 투병 중인 시인이자 클라리사의 오랜 친구로, 그녀를 '댈러웨이 부인'이라고 부르며 농담처럼 소설 속 주인공에 빗대곤 했지. 이렇게 영화는 서로 다른 시공간에 놓인 세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반복되는 일상 속 권태와 그 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갈망을 그려내고 있어.

여기서 클라리사 본을 연기한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정말 대단해. 파티를 준비하는 장면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감정 표현이 얼마나 섬세한지, 보고 있으면 정말 소름이 돋아. 겉으로는 그냥 수상 축하 파티를 준비하는 것 같지만, 리처드와의 관계나 과거를 떠올리면서 느끼는 불안과 고뇌가 표정 하나하나에 다 드러나거든. 이렇게 세 여자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시대와 공간에서 펼쳐지는데도, 반복되는 일상 속 권태와 벗어나고자 하는 갈망이 묘하게 연결되어 있지. 정말 몰입해서 볼 수밖에 없는 영화야.

 

 

 

이렇게 세 여자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시대와 공간에서 펼쳐지지만, 놀라울 만큼 비슷한 삶의 무게를 지고 있어. 파티를 계획하고,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연인으로서 살아가는 것만 보면 평범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의 내면에는 그 역할에서 벗어나고 싶은 갈망이 자리 잡고 있거든. 버지니아는 글을 쓰며 그런 굴레에서 벗어나려 했고, 로라는 가족의 일상을 탈출하고 싶었고, 클라리사는 지금도 현실에서 숨을 돌릴 시간을 찾고 있어.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들이 겪는 반복적인 일상의 슬픔과 고독이 우리 삶과 닮아 있다는 거야. 매일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느끼는 권태로움처럼 말이야. 누군가는 결국 도망쳤고, 누군가는 도망치지 못했고, 또 누군가는 여전히 도망치려 발버둥치는 절박한 하루의 연속이지. 이 세 여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그들의 분투 속에서 우리 자신의 단편적인 삶과 맞닿는 순간을 발견하게 될지도 몰라.

 

결국, 이 영화 디 아워스는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모든 시간들, 그 안에 내재된 고통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진하게 담아내고 있는 듯 해. 누구라도 각자의 삶에서 한번 쯤 공감할 수 있는, 절박한 하루의 무게를 세 여자의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말이야.. 

 


 

 

추가로, 니콜 키드먼은 이 영화 속 버지니아 울프 역할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어. 울프의 고뇌와 복잡한 내면을 표현한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지.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한 인물은 로라 브라운을 연기한 줄리안 무어야. 로라를 통해 보여준, 일상 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한 내면의 감정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다가왔거든. 경험하지 않았지만 로라의 이야기는 뭔가 더 깊이 공감이 가고, 그 충동과 고독이 진짜로 느껴졌어. 아무튼.. 대단한 배우들이 모여서 자칫 지루할 영화를 명작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해. 단 한 장면도 몰입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구.. ! ᐢ._.ᐢ₎♡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