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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gie's Books

[Abdurauf Fitrat] 심판의 날 : 어치라트 앞에서

아브두라우프 피트랏의 소설 <심판의 날>을 보면, 종교와 도덕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어. 특히 '어치라트'라는 존재가 중요한데, 그게 인간이 신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갈등을 상징하거든. 그런데 이게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삶에서 도덕적 선택과 연결되는 문제야. 초반에 나오는 인물들이 '어치라트' 앞에 서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종교적인 심판이랑 도덕적인 선택 사이에서 고민해. 결국 자신이 선한 사람인지, 아니면 악한 사람인지를 판단받는 자리에 서게 되는 거지.

 

근데 이 책이 진짜 대단한 건, 이렇게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문장 자체는 굉장히 가볍고 유머러스하다는 거야. 무게감 있게 끌어가면서도 답답하지 않고 오히려 재치 있는 말투로 이어지니까 읽는 내내 흥미롭게 빠져들게 돼.

 

특히, 심판의 순간을 그냥 인물들 스스로 선택하게 두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그 심판이 사람들을 더 억누르고 있다는 걸 보여줘. 그래서 읽다 보면 종교라는 게 주는 절대적인 힘, 그 힘이 불러일으키는 두려움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돼. 어치라트는 단순한 두려움의 상징이 아니라, 그 두려움 속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거지.

 

양을 데리고 와서 심판하는 장면이 있거든? 여기서 천사들이 불쌍한 사람들과 선악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을 양으로 비유하면서, 그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거야. "이 양은 어때?"라는 천사의 말처럼, 그 한 마리 양의 선택이 곧 그 사람의 구원이나 심판으로 이어지게 되지. 그런데 이 심판이 단순히 사람들의 죄를 따져보고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들을 더 억누르는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게 소설의 핵심이야.

 

 

 

피트랏은 종교적 규율이 때로는 사람들을 구속하는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그려내.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종교적 심판의 권위가 정말로 절대적인 것인지, 그 권위가 불러일으키는 두려움이 우리의 진정한 선택을 가로막는 건 아닌지 의문을 갖게 돼. 신앙이 주는 두려움 속에서 우리는 과연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가, 아니면 그저 억눌린 채로 판단만 기다리고 있는 걸까? 어치라트는 그 답을 찾게 해주는 상징이라기보다, 오히려 그 질문 자체를 계속 던지게 하는 존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