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션 임파서블은 시작부터 뭔가 달랐어. “이번 임무는…” 대신, 다른 단어가 더 크게 들리더라구.
"Surrender.."
긴 메시지 끝에 또렷하게 남은 이 단어. 항복하라.
(이걸 재생하던 TV가 'Daewoo'였다는 거, 그 디테일이 괜히 반가웠지.)
늘 그랬잖아. 임무를 수행할지 말지를 묻고, 주인공이 선택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곤 했는데, 이번엔 “포기해”라니. 단순한 지령 같지도 않았어. 에단 헌트라는 사람에게 직접 던지는 문장처럼 느껴졌달까. 그걸 듣고 나니 이번 이야기의 분위기 전체가 설명되는 것 같았어.
그리고 곧 모두가 말하지. 이 사태는 결국 에단 너 때문이라고.
예전처럼 멋지게 달리고, 싸우고, 구하러 가는데도 이번엔 좀 다르게 보이더라.
늘 정답처럼 움직이던 사람이, 이번엔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어.
“언제쯤 끝낼 수 있을까?”
그런 물음이 그의 얼굴 아래 조용히 깔려 있었고, 누가 봐도 이번 편은 시리즈의 마지막을 향하고 있었어. 거창한 마무리도, 감정 과잉도 없이, 장면 사이사이에 잔잔하게 스며든 감정만으로도 느낄 수 있었어.
영화 초반에서 에단의 이런 감정을 가장 먼저 알아챈 건 루터는 에단에게 단편적인 선택만을 보지 말라고 말해줘. 단순한 조언 같지만, 오랜 친구만 건넬 수 있는 조용한 위로처럼 들리더라. 루터는 아주 단단한 한마디를 더했거든.
"I have never doubted you, Ethan."
뻔한 말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순간 마음이 저릿하더라. 누군가 그렇게 말해주는 순간이, 한 사람을 다시 일으키는 힘이 되기도 하잖아.
에단에게 그게 루터였고, 이 말 하나면 그는 또다시 달릴 수 있었던 거야. 오랜 시간 그를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 준 건 서로를 향한 믿음이었을지도 몰라.
그래서 에단은 또 달려.
이번엔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서도.
(달리는 폼은 여전히 갓벽했어..)
누군가를 위해 몸을 던지는 건 예전과 같았지만,
이번에는 그 끝에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마지막 확인이 있었어.
그래서 이번 질주는 사명감.. 그 이상이었다고 생각해.
지켜야 할 원칙,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 그 모든 걸 향해 그는 다시 몸을 던졌고, 관객은 그 안에 남아 있는 진심을 봤을 거야.
아, 그리고 마지막엔 그레이스가 있었지. 처음엔 그냥 빠르고 똑똑한 도둑이었고,
아무도 믿지 않고,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던 사람이었잖아. 하지만 에단과 얽히고, 사람들의 선택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그녀도 조금씩 변해갔어. 이야기 후반부로 갈수록, 시리즈가 쌓아온 시간과 책임이 아주 천천히, 그녀에게 옮겨지고 있다는 게 느껴져. (마지막에 중요한 애셋을 건네주는데, 나에겐 이게 어떤 상징처럼 보였거든.)
화려한 폭발도, 위대한 선언도 없이.
그저 조용히.
한 사람이 자신의 무게를 또 다른 사람에게 믿고 넘기는 순간.
그래서 이번 미션 임파서블은 단지 하나의 작전이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었어.
"이제는 진짜 내려놔도 되는 순간이 왔다"는 고백처럼 느껴졌어.
(원작자의 의도는 이게 아닐 수도 있지만..)
"Surrender."
포기나 승복이 아니라, 믿음이 만들어낸 조용한 인계 같았어.
그리고 이 모든 감정이 단지 이야기로만 남지 않았던 이유는 이 영화의 액션이 볼거리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야.
(이건 두말하면 입이 아플.. 검증된 이야기니까 패스할게.)
에단은 언제나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누군가를 지켜왔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어.
소중한 사람들을, 얼굴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 자신을 던지고,
그러고는 조용히 사라지기로 해.
그의 팀원들 모두도.
진짜 영웅처럼.
아무튼, 그래서 이 영화는 무조건 IMAX로 봐야 해.
소리나 화면이 크다는 단순한 얘기가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크고 깊게 만들어졌거든.
감정도, 속도도, 프레임 하나하나가 작은 화면에선 도저히 다 담기지 않아.
이건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몸으로 겪어야 하는(?) 영화야.
같이 본 친구랑 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자마자 동시에,
“미쳤다.”
“찢었네.”
라고 내뱉었어.
그러니까 꼭, IMAX 좋은 자리에서 보길 추천할게.
제대로 된 감상은 명당 사수부터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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